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3.09 14:29


햇살에서 1년을 보내며

 

이승연

 

2011년 2월 7일 공익근무요원으로 소집명령을 받고 36사단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햇살지역아동센터 라는 기관에 배정받았음을 알게 되었고, 사회복무요원들은 시청에서 모여 각자의 기관담당자를 기다렸다. 신부님은 나를 데리고 햇살로 오셨고 그렇게 나의 공익근무생활은 시작되었다. 처음 햇살에 왔을 때의 느낌은 ‘삭막함’ 그 자체였다.

애초에 사람을 만나는 것에 서툴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공부방이 너무 추워서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날 신입 실무자로 오신 김기수 선생님의 햇살 OT가 있으셔서 그나마 심적으로는 굉장히 안정이 되었던 것 같다. 나만 여기 처음 온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나보다.

김미선 선생님은 나에게 햇살 공부방의 여기저기를 설명해 주셨고, 내가 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을 간단하게 말씀해 주셨다. 다른 건 상관없었지만 내심 속으로 제일 걱정되는 일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었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렇게 굉장히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이 공부방으로 오는 시간이 되어서 긴장감은 더 극해 달했다.

아이들은 나를 보고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며 대했다. 누구냐고 물어보는 아이, 와서 장난치는 아이, 관심 없는 척 하는 아이 등등 사실은 서로 어색했다. 사실 난 처음 보는 사람한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라 굉장히 힘들었다. 더군다나 그 날 민호가 폭발하는 바람에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집에 오면서 생각했다. ‘아…….이런 곳에서 어떻게 2년을 보내지? 진짜 큰일 났다…….’ 그렇게 3월 내내 그 생각만 하고 다녔던 것 같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자원봉사자들 이었다. 매주 오시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조금 수월했었고, 마음이 편해졌다.

그렇게 두 달, 세 달이 흘렀다. 어느덧 조금씩 적응이 되어 봄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아이들을 기다릴 줄도 알게 되었고, 아이들도 조금씩 나를 선생님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햇살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던 중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여름방학은 평소 출근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야 했는데, 잠이 무지 많아서 아침마다 고역이었다.

아이들이 독서하는 시간에 꾸벅꾸벅 졸기도 했고, 하루 종일 졸려서 멍하니 보낸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피곤한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던 중 여름캠프를 가게 되었다. 나로서는 처음가보는 캠프였기에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캠프에 임했다. 더군다나 햇살 아이들만 가는 것이 아닌 연합캠프였기에 내 긴장감은 더했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너무 재미있는 캠프가 되었고, 아이들과 한층 더 가까워 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 무렵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캠프를 다녀온 후로 한결 홀가분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가을이 되고 내 생활은 점점 더 안정적으로 변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점점 빨리 가는 것 같았고, 아이들과 지내는 것도 재미있었다. 겨울방학이 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겨울캠프(특히 도보캠프) 이후로 아이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는 느낌을 굉장히 강하게 받고 있다.

비록 햇살이란 공간에서 1년이란 짧은 시간을 지냈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많은걸 느꼈다. 이제 남은 1년에 힘든 일도 있을 것이고, 기쁜 일도 있을 것인데 어떠한 일 이 있을지 모르기에 걱정은 줄이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앞으로 남은 1년도 지금껏 배운 것, 느낀 것 보다 더 많은 것들을 몸소 느끼고 같이 배우고, 같이 웃고 같이 공유하고 같이 아파하며 그렇게 지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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