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04 12:04

지난 번에 무장리 섬강변의 라일락길에 대해서 썼었는데요,

오늘 늘봄학교 차량운행 중에 할머님 한 분께서 라일락을 꺾어 저에게 주셨습니다.

"이거이 향기가 너무 좋아요."

소녀 같은 마음으로 라일락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주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주 늘봄학교가 끝나고 모셔다 드린 일이 떠오릅니다.

무거운 사료를 사셨기에 평소에는 큰 길 가에 내려드렸는데, 그 날은 콘크리트 논길을 따라 집 앞까지 들어가서 사료를 내려 드렸습니다. 

할머님들은 이렇게 무언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려 하십니다.

'커피 마시고 가라, 주스 마시고 가라.'고 하시는데, 오래 앉아 말 벗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녀 같은 할머님께서 꺾어 주신 라일락입니다.

화병에 담아 사무실 테이블에 올려 두었는데 향기가 정말 진합니다.


 


대덕리에서는 세 분이 타시는데, 오늘따라 한 분만 나오셨습니다.

들어보니, 지난 번 날이 너무 더워서 못자리가 망가진 곳이 많다고 합니다.

추워서 새벽에 서리까지 내리더니, 갑자기 여름날씨를 방불케했으니 못자리 볍씨들이 쪄죽은 것입니다.

하루 한나절만 못자리 비닐 관리를 잘 못해도 누렇게 타들어 가니 농부들은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나이 70이 넘은 할머니들의 손도 귀한 농촌이다보니 못자리를 새로 하는 곳에 거들어주느라 못 나오신 것입니다.

"농사 기술이 발달했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허는 것이지..."

시기적으로 못자리를 다시해도 늦지 않다고 하니, 부디 하늘과 땅의 도움을 힘입어 풍년되시기를 빕니다.

요즘은 시골 농사 풍경중에 마늘밭이 가장 보기 좋은 때입니다.

새파랗게 쭉쭉 뻗어 올라온 마늘을 보자면, 땅 속에서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 마늘이 대견하게 느껴지거든요.

옥시기(옥수수)와 감자가 새순을 열심히 올리고 있습니다.


나눔의집 가까이에 사셔서 걸어 나오시는 할머님 두 분이 길에서 만났습니다.

"아이고 우리 성님이네... 인차 좀 괜찮으시오?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번도 못 찾아가서 미안합니다."

"미안하긴 뭘... 같은 늙어가는 처지에 동상도 다니기 힘들지. 근데, 나눔의집 가는가?"

"예, 며느리가 하도 성화를 해서 벌써 네번째 나옵니다. 여그라도 와야 사람들을 만나지요..."

"그래 잘했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돼. 날 봐 이렇게라도 나오잖아."


유모차를 보행기로 활용하시는 할머님은 늘봄학교 열성 학생이신데 지난 해 목욕탕에서 넘어지셔서 한 동안 집 밖을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지팡이와 유모차에 의지해서 늘봄학교에 나오십니다. 흰 머리가 성성하신 두 할머님들이 길에서 만나셔서 서로 위로하고 인사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허락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할머니, 몸이 아프다고 주눅들지 않고 꿋꿋하신 모습이 참 좋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