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04 17:09

원주천과 섬강이 만나는 곳에 하우고개가 있습니다. 호저면 면소재지에서 무장리, 산현리, 매호리, 용곡리로 가려면 이 하우고개를 넘어가야 합니다. 지금은 고개도 많이 낮아지고, 주로 자동차로 다니기 때문에, 눈내린 겨울이 아니면 힘들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옛날 이 하우고개를 넘어 오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우고개라고 이름 붙여진 유래가 두개 있습니다. 고개가 얼마나 높은 지 짐을 지고 고개마루에 오르고나면 "휴우~"하고 한숨을 쉬게 된다하여 하우고개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는 옛날 우산동에 살던 이씨가 소를 잃어버려 찾아 다녔는데, 이 곳으로 소가 내려갔다고 하여 하우고개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인연 때문일까요? 하우고개 중턱에는 원주축산농협에서 운영하는 치악산한우 목장과 송아지 경매시장이 있습니다.


하우고개 무장리 쪽 길은 춘천으로 향하는 중앙고속도로가 가로질러 지나갑니다. 이곳이 또 무장리 주민들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중앙고속도로가 만들어질 때, 주민들은 무장리에서 호저면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인 하우고개가 가로막히지 않을까하고 걱정하였다고 합니다. 하우고개가 막히면 먼 길을 돌아가게 되니 생계문제가 걸려있는 주민들이 화가 난 것입니다.  다행히 하우고개가 막히지 않았고, 중앙고속도로 밑으로 길을 뚫어서 고개도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사연은 최근의 일인데, 치악전술훈련장이라는 사격장이 바로 이곳 산에 만들어질 뻔 했던 일입니다. 당시에 저도 이 산에 올라 동식물 생태조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숲이 많이 우거져있었고, 멸종위기동물인 삵의 배설물이 발견되는 등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대형사격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어느날 갑자기 통보받은 것입니다. 깜짝 놀란 주민들은 시청으로 군부대로 달려가 반대 대모를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원주시의 일방적인 개발계획은 철회되고, 유치 신청을 받는 민주적 방법으로 대안을 찾게 되었습니다. 당시 몇 억을 마을에 준다는 등 소문들이 무성했으나, 주민들은 산의 생명을 지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하우고개와 중앙고속도로가 만나는 곳에는 일방적인 사격장 개발을 막아낸 것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조그맣게 세워져 있습니다. 


저는 늘봄학교 차량운행을 위해 매주 금요일 마다 이 하우고개를 네번씩 넘어다닙니다. 어르신들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슬쩍 '이런저런 개발로 시골에서 조용히 사는 것도 쉽지 않겠어요'하고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르신은 "사람 사는 곳이 매 한가지이지요." 하십니다. 단순한 말씀이지만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특별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주눅들 것도 없이, 웃고 울고 서로를 끌어 주며 서로를 지켜가는 것이 어디나 같은 사람의 삶입니다.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하우고개를 넘을 때마다 "하우~"하고 숨을 내쉬면서 '이제 다 올랐구나'하고 생각합니다. 삶의 하우고개들을 잘 넘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위로하는 숨이 필요합니다. 그 옛날 하느님께서도 세상만물과 사람을 만들어 놓고 숨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시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하우고개는 포기하고 절망하는 한숨고개가 아니라, 이만큼 이루어내었다고 격려하며 자신과 이웃을 일으켜세우는 세움고개입니다.



호저면 무장리 하우고개


하우고개 옆을 지나는 중앙고속도로 호저대교.


한 세움 숨을 내쉬고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면 이제 내리막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