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07 16:55

지난 5월6일~7일.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님들 열 두 분이 원주를 방문하셨습니다. 정의평화사제단이란 교회 안팎에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결성된 성공회 내 신부님들의 모임입니다. 정의에 대한 문제, 평화에 대한 문제, 생명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협동네트 김선기 사무국장님께서 원주의 역사와 정신, 협동조합 생명운동에 대해 소개해 주셨습니다. 사실 금주 토요일에 협동네트 큰 행사가 있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때인데 시간을 내 주셨습니다. 천주교 지학순 주교님과 장일순 선생님에 대한 일화와 원주에서 협동운동이 꽃피우게 된 계기를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사회적인 예언자적 활동을 하는 것이 지역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1976년 종교인/지식인들이 군부독재정권에 대항하였던 원주선언의 가치와 의미를 음미하였습니다. 뒷풀이 시간에 어떤 분께서 "원주의 독특함은 장일순 선생님 때 부터 지역운동을 하였던 어르신들께서 현재도 생명운동에 큰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깊은 역사성과 정신이 깊이 자리잡고 있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역사와 정신을 잘 살려가는 일에 나눔의집이 정성을 다해가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로 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님과 골프장반대대책위 지역위원장님들께서 오셔서 강원도골프장문제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원주민들의 삶의 상황이나 생태환경이 고려되지 않고, 단순히 고속도로 나들목과 가깝고 경치가 수려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골프장개발사업은 사람과 자연에 불행입니다.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만도 유기농업 피해, 지하수 고갈, 식수 부족, 재해 위험, 마을 공동체 파괴, 산림 파괴, 토지 강제수용 등 심각한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현재 여의도 면적의 약 20배의 산림이 골프장 개발로 황폐화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민들은 절차적 민주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로서는 골프장의 골자도 듣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돈으로 매수된 이웃 주민들과 원수가 되어 싸우는 형국이 만들어지니 분통 터지는 일입니다. 더구나 유기농 단지가 바로 인접해 있는데도 바람의 영향이 없는 것처럼 거짓으로 서류가 꾸며지고, 그 숲의 가치와 생태환경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 등 도무지 사업자와 감독기관인 공무원들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사업자가  하도록 되어 있어서 인허가 절차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강원도청에서 노숙농성자을 찾아 간단한 기도회를 갖고, 주민들로부터 직접 증언을 듣는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증언 중에 하나를 소개합니다. 


"70여호가 모여사는 한 마을에 어느날 골프장 사업자들이 밤에 몰래 7-80세 되시는 어르신들 집을 조용히 찾아가 현금 1천만원씩 쥐어주며 골프장 찬성 도장을 받아 갔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아랫말 사람들은 이미 다 도장 찍었다. 이 동네도 한 사람 남았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70호 중에 30호 정도가 받았더랍니다. 이 사실은 마을 대동계를 할 때 양심에 가책을 받은 어르신들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밝혀졌습니다. 현금 1천만원 돈다발을 처음 손에 쥔 어르신들은 혹은 땅에 묻고, 혹은 장독대나 장롱에 숨겨 두셨더랍니다. 난생 처음 손에 쥔 돈다발 때문에 집에서 나갈때도 걱정, 들어와서도 숨겨 둔 곳에 눈이 제일 먼저 가고, 밤에 동네 개만 짖어도 깜짝 놀라 깨어 나는 등 평화가 완전히 깨어져 버리더랍니다. 가슴이 두근 거리고 다른 사람들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으니 그 마을 분위기가 어떻했겠습니까? 하루도 편할 날 없다가 양심선언으로 뭉텅이 돈뭉치를 내 놓고 나서야 비로소 한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주민들은 1시간 내에 있는 골프장 유치 마을을 돌아다니며 장단점을 청취하는 등 골프장의 문제점에 대해서 직접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골프장이 절대로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 간의 평화를 깨고 서로 의심하고 싸우게 만드는 개발업자들의 방식에 대해 사제단 신부님들은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마치 서구유럽이 식민지를 만들 때 원주민들을 이용하던 방식과 똑 같다며, 이런 방식은 결국 주민들의 존엄과 인격을 무시하고 말살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개발업자들의 이러한 관행과 풍토가 있는 한 개발지역은 대상화 되고 주체가 되지 못하며, 투명성이나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제단은 농성중인 주민들을 위로하고,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이 반드시 승리하게 되길 빌어주었습니다. 현장에서 모여진 성금도 전달하였습니다. 사제단은 19일 있을 제8차 생명버스에도 참여하기로 하였고, 강원도골프장문제 해결을 바라는 기도문을 발표하기로 하였습니다.



원주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 강원도골프장개발의 문제점 설명


반경순 주민대책위원장의 증언


강원도청 앞, 골프장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숙농성장


신부님들이 오셨다고 다과를 준비해주신 노숙장 주민들.


노숙주민 간담회


현장 기도


작지만 신부님들이 정성을 모아 성금을 전달하였습니다


강원도청 앞 노숙농성장 방문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