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17 01:08

비가 한 두 방울 내립니다.

지난 일요일 사 뒀던 고추랑 상추 모종이 퍼뜩 생각납니다.

 

그날 마당에서 삽겹살을 구웠지요. 준비는 제가 했지만 고기는 아이들이 구워줬어요. 다 컸는지 간혹 아들 키우는 보람(?) 같은거 느껴요 ㅋㅋ.. 그런것도 친절하게 잘 하는 남자로 자랐으면 바래서리..

불피우기는 저도 해 본적이 없어서 우린 박스종이 뜯어서 부채질하고 난리 피웠어요.

저는 잔소리를 바가지로 했지요.

"그래서 내가 못한다고 했잖아요. 반디도 없는데 난 정말로 해 본 적 없단 말예요.너네가 다 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이게 뭐예요?"" 찡얼찡얼..

아이들은 제 말이 맞기 때문에 끽 소리 못하고 덤비지도 못하고 하라는 대로 부채질을 해 댔어요.

그리고 반디가 언젠가 하는걸 몇 번 봤는데 쉬워보였나봐요. 막상 해 보니 기초가 하나도 없다는걸 알게 됬죠.

번개탄에 불 붙이고 숯불에 옮겨붙게 하는데 연기가 나고 기침을 하고.. 으휴~ 동네 사람들 다 들었을거예요.

하지만 불은 결국 붙었어요. 20분 밖에 안 걸렸어요^^

마당에서 고기구워 먹자고 조르고 졸라 시장에 가서 야외 바베큐 그릴 작은 것도 하나 구입했어요.

아이들이 저를 질질 끌고 다녔죠.

어디서 파는지 제가  모르고 일요일이고 돈도 많이 들고 문 닫았으면 안사면 된다는 응큼한 마음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뜸들이고 어슬렁 돌아다니다 모종가게에서 고추도 사고 상추도 사고..

그러나 아이들은 결국 찾아내고 말았어요.

제일 큰 배려님과 아침님이 우리가 산 걸 이고 지고.. ㅋㅋㅋㅋ...

다들 검은비닐봉다리 양손에 하나씩 들고(전 봉다리 들고 걸어가는 남자는 모두 다정해 보여요. 과일 한 봉다리, 상추, 고추 한 봉다리, 고기 한 봉다리.. 가족과 먹으려고 들고 가는 비닐봉다리 말예요) 신나게 집에 가더라구요

 

암튼 우여곡절 끝에 우린 고기먹고 치우고 밤이 깊도록 좋았어요.

저는 고기 먹으며 아까 신경질 부린거 사과했어요.

참 맛있어서 마음이 풀리더라구요.

연신 맛있다는 소리에 더 열심히 고기를 굽는 아침님, 배려님.. 따뜻한 마음, 헌신하는 마음 감사하다고 말했어요. 저는 맛있어보이면 재빨리 저 먼저 먹고 싶은 본능을 잘 이기지 못하는데.. 감동했어요

 

암튼 사 왔던 모종이 생각나서

한 밤에 마당 한 켠 화단의 풀을 뽑기 시작했어요.

비가 한 방울씩 느껴지는데 풀은 잘 뽑혔어요.

그리고 모종을 심었어요.

고추 다섯개, 상추 10개.. '뿌리 잘 내리렴. 풀들은 뽑아 버렸지만 너희는 잘 보살필께' 약속하면서요

다 심었는데 빗방울이 아프듯 차가운 듯 굵어지니

문득 '너희는 추울까? 노지에 앉는건 처음이겠구나.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그리고 '견디는거야. 비도 바람도 더위도.. 야생은 모두 그래. 너희도 할 수 있고 말고..' 위로해 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