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7.05 14:24

맥주와 날달걀

지난 주 금요일 늘봄학교 마치고 차량운행
봉고차 토크의 주요 주제는 토요일 밤 비예고 였다.
에어컨도 안되어 푹푹찌는 차 안에 잠시 머무는 것도 버거울터인데
그나마 내릴 비를 생각하며 할머님들이 이야기 꽃을 피우신다.

마지막 종착지에 도착하여 시원한 맥주 없느냐고
감히 할머님들께 말씀드렸더니,
한 분은 냉장고에 댓병(?)을 따야한다 하시고,
한 분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내 손을 끌어 당긴다.

그 집 마루에 앉아
냉장고에서 내온 캔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킨다.
혼자 되신 후로는 가끔 이렇게 맥주로 쓰린 속 달래시리라.

"안주는 먹어야지요."
달걀과 왕소금을 내 오신다.
"아니 괜찮은데요... 집에 삶은 달걀이 있었나봐요?"
"아니, 이건 날달걀이요. 아침에 우리 닭이 낳은 거래요."

날달걀이었다...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는데,
달걀 한쪽을 조심스레 부수고 껍데기 손수 정리하시고 그 위에 왕소금을 뿌려 건네신다.
이 정성을 어찌 사양할 수 있으랴. 내가 왜 맥주 얘기를 꺼냈던가.
후회하며 달걀을 받아들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 몰래 닭장에서 꺼내어 젓가락으로 앞뒤 송송 구멍 뚫고 후루룩하던 이후로 근 20년 만에 보는 맛이다.

"애이그 한여름에 날달걀을 주면 어떡해."
내가 약간 꺼리는 눈치를 채셨는지 옆에 계신 다른 할머님이 핀잔을 주신다.
"아닙니다. 아주 고소하고 맛있네요. 하나도 비리지도 않아요."
"그쵸? 아이 이거 오늘 난 거라 싱싱해서 괜찮아요. 아주 고소하죠?"
"네. 정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럴 때는 "끄억~"하고 트림을 해 주어야 하는데 말이다.
어찌 되었든 그 날은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시골길을 달렸다.
잘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왕소금 뿌려진 날달걀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