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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9.25 00:06

섬김의 지도자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앞에 세우시고 그를 안으시며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이 하나를 받아들이면 곧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고, 또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곧 나를 보내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성경 마르코의 복음서 9:36~37)

 

어느 날부터 예수님께서는 중요한 어떤 것을 제자들에게만 비밀스럽게 가르쳐주시기 시작하셨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잡혀서 사람들의 손에 넘어가 그들에게 죽었다가 사흘 만에 살아나게 될 것’이라는 본인의 죽음예고였습니다. 제자들은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제자 베드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가 예수님께 혼쭐이 났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충격에 빠진 제자들을 안심시키시려는 듯 몇 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 온통 새하얗게 빛나도록 영광스럽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자들 중에 누가 첫째가는 제자인가의 문제로 서로 다투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응축시킬 십자가 사건을 앞에 두고 있는 예수님으로서는 우왕좌왕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괘씸하기 보다는 안타까운 심정이셨을 것 같습니다.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앉히고는 위의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어린이를 영접하는 것이 예수님과 하느님을 영접하는 것과 같다는 말씀이십니다. 수수께끼 같은 말씀인데요, 이 말씀 안에는 섬기는 자에 대한 가르침이 들어 있습니다.


‘어린이’라는 상징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나 고분고분한 사람을 상징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린이는 호기심으로 앞뒤 분별이 없이 사고를 치거나, 어른들 말을 잘 듣기 보다는 자기주장을 강하게 요구하기 쉽습니다. 어린이는 연약한 사람, 낮고 천한 사람, 뭔가 부족한 사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어린이를 영접하라는 말씀은, 누가 첫째가는 사람인가? 다른 말로 하면, 누가 우리 공동체의 제일 높은 지도자인가? 이런 다툼이 실은 부질없는 것임을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지도자란 그 공동체의 가장 낮고 연약한 사람을 섬기며, 그 공동체의 일원으로 일으켜 세우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예수님의 삶이 세상에서 업신여김을 당하는 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하느님 나라의 시민으로 일으켜 세워주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의 죽음도 보편적인 영적 각성을 일으켜 평화롭고 정의로운 하느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희생이었습니다. 지도자란 남이 마시기 싫어하는 쓴 잔을 자청하여 마시는 사람입니다. 높고 영화로운 하느님을 영접할 게 아니라, 낮고 연약한 이 땅의 민중을 영접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습니다. 벌써 대선 경쟁이 치열합니다. 부디 높은 자리에서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으며 사람들을 내리 누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 땅의 가장 낮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주는 일에 온 몸을 바칠 사람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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