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18 18:02

들녘에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거의가 기계(이앙기)로 일을 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모내기가 이루어집니다.

그래도 바쁜 철이라 늘봄학교에 출석하는 어르신들도 줄었습니다.

벌써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모내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감자수확이 이루어진다고 하니 정말 계절이 빠르게 느껴집니다. 


늘봄학교에 나온 길에 농협에서 농약과 사료를 구입하신 대덕리 어르신댁에 물건을 날라 드렸습니다.

차량운행이 남아있어 빨리 가야한다는데도 한사코 붙드시고 음료수를 권하시기에 대청마루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들 삼형제를 모두 훌륭하게 키우시고 홀로 시골집을 지키고 계신 분입니다.

자식들이 보내주는 생활비로 충분히 생활하실 수 있는데도 농사일을 놓지 못하십니다.

그렇게 일년 힘들게 농사지어도 도시에 나가 직장생활하는 아들 한달치 봉급만도 못한 수입을 얻습니다.

자식들이 집에 올 때마다 농사 그만 지으시고 편하게 사시라하여도 아직 힘이 남아있다고 고집을 부리십니다.

마당에 듬성듬성 잡초가 웃자라 있고, 외양간이었던 곳에는 농기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조심스럽게 "혼자 사시는 게 외롭지 않느냐."고 여쭈었습니다.

"외롭다고 생각될 때도 있지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면 회관에 나가 사람들하고 함께 있고, 농사일도 하고 그래요. 이제 저녁에 집에 혼자 있을 때가 좀 그런데, 테레비가 있으니까 뭐 견딜만 합니다."


대덕리는 호저면 북동쪽 섬강이 휘돌아가는 곳에 있는 동네로 하루에 두어 번 버스가 들어오기는 하지만 오지라고 할 만한 동네입니다. 빨월(노월), 쇠절이, 잿말, 한터 등 재미있는 동네이름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쇠절이 유래는 과거에 금사라는 큰 절에서 관리하는 작은 절이 있어서 '소절>소절이>쇠절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지성영 선생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어느 왕자의 태를 묻었다는 작은 봉우리 태봉이 있는 것으로 봐서 풍수적으로도 좋은 곳인 듯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대덕리를 휘도는 섬강 너머에 바로 원주 비행장이 있어서 비행소음으로 고통받는 곳입니다. 그 비행장 활주로가 있었던 곳이 과거에는 논밭이었는데, 쇠저리 사람들의 땅이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 귀동냥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1975년 횡성 공군비행장이 지어질 때 보상을 제법 받았다고 합니다. 다른 농지 가격이 평당 3천원 정도였는데, 1만5천원 정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섬강이 만들어준 좋은 농토를 잃고 비행소음에 시달리는 마을이 되었으니 손해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곳을 지나 원주시내를 다녔다는데, 지금은 비행장이 가로막고 있어서 멀리 돌아가야 하니 이 또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호저면 북쪽 동네들은 버스편이 좋지 않습니다. 

마을들이 섬강을 따라 횡으로 늘어서 있는데, 그나마 많지 않은 버스노선이 호저면사무소에서 이곳 저곳으로 종으로 나뉘어져 들어가다 보니 가까운 마을인데도 서로 왕래가 점점 줄어든 것입니다.

고산리 고니골에서는 해마다 뽕나무를 테마로 하는 축제가 열립니다.

그런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옆마을 대덕리에서는 고산리로 통하는 대중교통이 없다보니 시간내서 가 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이번 뽕잎축제에는 특별히 늘봄학교 어르신들이 초대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 축제구경을 가신다고 좋아 하시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농촌마을들이 서로 가깝고도 먼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량운행을 하면서, 마을들을 서로 연결해주는 마을버스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농촌지역의 공동체가 더 쇠락하지 않고 서로 즐거움을 나누는 재미있는 곳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14 18:20

나눔의집 가까이에 호저장로교회가 있는데요, 호저교회에는 호저의 명물 '교회 종소리'가 있습니다. 땡그랑~ 땡그랑~ 울리는 종소리가 시골풍경에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교회 예배가 있을 때 종이 울리는데요, 매일 새벽 5시, 수요일 저녁 7시, 주일 예배시간에 울립니다. 하루를 이 종소리로 시작할 수 있어서 좋고, 누군가 지역을 위해서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음을 묵상하게 해 주니 좋습니다. 교회들이 종을 치게 된 정확한 역사는 잘 알지 못하나, 딱히 시계가 흔치 않던 시절 사람들에게 기도 시간을 알려주기 위해서 종을 치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유명한 그림인 밀레의 '만종'은 아침, 점심, 저녁에 종을 세번 치며 기도하던 "삼종기도"를 말합니다. 너른 밭 한가운데서 종소리가 울리자 감자바구니를 가운데 두고 젊은 부부가 하루의 노동을 마치며 기도를 드립니다. 그 그림 속에는 소박한 감사와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종소리는 "멈춤과 쉼(정화 - 조명 - 일치)"의 영성적 과정으로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종소리가 울리는 동안 하던 일을 잠시 멈추게 되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잠시의 쉼을 통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성당에서는 보통 33번의 종을 울리는데, 이는 예수님의 33년 생애를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삶을 묵상하며 우리 삶을 돌아보고 사랑으로 일치시키도록 이끌어줍니다. 


옛날에는 교회당 마다 종탑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종이 스피커로 바뀌고, 그것마저 시끄럽다는 민원에 밀려 지금은 거의 사라져버렸습니다. 호저장로교회 종탑은 한경호 목사님께서 시무하실 때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빠르게 빠르게' 고도성장만을 추구하다보니, 영적으로 메마르고 소중한 가치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버렸습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호저에는 아스라한 그 종소리가 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가야 할 것들을 일깨워 주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종소리를 지키는 데에는 생각외로 여러 사람들의 동의와 노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선 마을 사람들이 종소리를 소음으로 생각하지 않아야합니다. 종교에 관계 없이 종소리를 아름다운 일상으로 받아들여주지 않으면 존재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종지기가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그 종을 정해진 시간에 쳐야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호저교회 신자들이 신앙적 사명감을 가지고 종지기의 역할을 귀한 사명으로 받아들이고 있기에 지금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를 이끌어가는 사목자의 마인드가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좋아하는 종소리를 계속 들을 수 있게 해 준, 마을 주민들과 호저교회 신자들과 목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침, 오늘(5월14일)은 나눔의집과 호저교회가 함께 지역 어르신 100여분을 모시고 어버이날을 기념하는 날이었습니다. 지역 어르신을 섬기는 마음으로 예배당을 개방해 주신 김일환 목사님과 사모님, 성심으로 음식을 마련해주신 여전도회 신자들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종소리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거나 일상생활에 잠시 불편함이 있더라도 넉넉하게 좋은 마음으로 보아주십시오. 누군가는 그 종소리 때문에 평화와 기쁨을 얻고, 또 누군가는 그 종소리에 간절한 기도를 실어 하늘로 올리고 있을 것입니다. 종소리가 흘러드는 모든 곳에 평화가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호저장로교회 종탑. 누군가 날 위해 종지기가 되어 주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호저장로교회 김일환 목사님과 함께. 키가 크시고 미남이십니다. 


14일 나눔의집과 호저교회가 함께 마을 어르신들을 모시고 호저교회에서 경로잔치를 하였습니다. 


'우리춤 봉사회' 선생님들께서 멋진 춤과 노래로 흥을 주셨습니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멋진 부채춤. 우리춤 봉사회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매월 둘째주 늘봄학교에 찾아오십니다.


호저교회 여전도회에서 마련해주신 풍성한 음식. 식혜도 어르신들을 위해 직접 담그셨는데, 그 맛이 정말 좋아서 저는 두 사발을 마셨습니다.


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07 16:55

지난 5월6일~7일.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신부님들 열 두 분이 원주를 방문하셨습니다. 정의평화사제단이란 교회 안팎에서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결성된 성공회 내 신부님들의 모임입니다. 정의에 대한 문제, 평화에 대한 문제, 생명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하느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협동네트 김선기 사무국장님께서 원주의 역사와 정신, 협동조합 생명운동에 대해 소개해 주셨습니다. 사실 금주 토요일에 협동네트 큰 행사가 있어서 눈코뜰새 없이 바쁜 때인데 시간을 내 주셨습니다. 천주교 지학순 주교님과 장일순 선생님에 대한 일화와 원주에서 협동운동이 꽃피우게 된 계기를 알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사회적인 예언자적 활동을 하는 것이 지역의 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또한 1976년 종교인/지식인들이 군부독재정권에 대항하였던 원주선언의 가치와 의미를 음미하였습니다. 뒷풀이 시간에 어떤 분께서 "원주의 독특함은 장일순 선생님 때 부터 지역운동을 하였던 어르신들께서 현재도 생명운동에 큰 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깊은 역사성과 정신이 깊이 자리잡고 있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역사와 정신을 잘 살려가는 일에 나눔의집이 정성을 다해가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이후로 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님과 골프장반대대책위 지역위원장님들께서 오셔서 강원도골프장문제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습니다. 원주민들의 삶의 상황이나 생태환경이 고려되지 않고, 단순히 고속도로 나들목과 가깝고 경치가 수려하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골프장개발사업은 사람과 자연에 불행입니다.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만도 유기농업 피해, 지하수 고갈, 식수 부족, 재해 위험, 마을 공동체 파괴, 산림 파괴, 토지 강제수용 등 심각한 문제를 만들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현재 여의도 면적의 약 20배의 산림이 골프장 개발로 황폐화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주민들은 절차적 민주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주민들로서는 골프장의 골자도 듣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돈으로 매수된 이웃 주민들과 원수가 되어 싸우는 형국이 만들어지니 분통 터지는 일입니다. 더구나 유기농 단지가 바로 인접해 있는데도 바람의 영향이 없는 것처럼 거짓으로 서류가 꾸며지고, 그 숲의 가치와 생태환경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 등 도무지 사업자와 감독기관인 공무원들을 믿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었습니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사업자가  하도록 되어 있어서 인허가 절차에서 주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강원도청에서 노숙농성자을 찾아 간단한 기도회를 갖고, 주민들로부터 직접 증언을 듣는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 증언 중에 하나를 소개합니다. 


"70여호가 모여사는 한 마을에 어느날 골프장 사업자들이 밤에 몰래 7-80세 되시는 어르신들 집을 조용히 찾아가 현금 1천만원씩 쥐어주며 골프장 찬성 도장을 받아 갔다고 합니다. 어르신들은 '아랫말 사람들은 이미 다 도장 찍었다. 이 동네도 한 사람 남았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70호 중에 30호 정도가 받았더랍니다. 이 사실은 마을 대동계를 할 때 양심에 가책을 받은 어르신들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밝혀졌습니다. 현금 1천만원 돈다발을 처음 손에 쥔 어르신들은 혹은 땅에 묻고, 혹은 장독대나 장롱에 숨겨 두셨더랍니다. 난생 처음 손에 쥔 돈다발 때문에 집에서 나갈때도 걱정, 들어와서도 숨겨 둔 곳에 눈이 제일 먼저 가고, 밤에 동네 개만 짖어도 깜짝 놀라 깨어 나는 등 평화가 완전히 깨어져 버리더랍니다. 가슴이 두근 거리고 다른 사람들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으니 그 마을 분위기가 어떻했겠습니까? 하루도 편할 날 없다가 양심선언으로 뭉텅이 돈뭉치를 내 놓고 나서야 비로소 한 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주민들은 1시간 내에 있는 골프장 유치 마을을 돌아다니며 장단점을 청취하는 등 골프장의 문제점에 대해서 직접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골프장이 절대로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합니다."


마을 주민들 간의 평화를 깨고 서로 의심하고 싸우게 만드는 개발업자들의 방식에 대해 사제단 신부님들은 크게 분노하였습니다. 마치 서구유럽이 식민지를 만들 때 원주민들을 이용하던 방식과 똑 같다며, 이런 방식은 결국 주민들의 존엄과 인격을 무시하고 말살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하였습니다. 개발업자들의 이러한 관행과 풍토가 있는 한 개발지역은 대상화 되고 주체가 되지 못하며, 투명성이나 민주적 절차와 과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사제단은 농성중인 주민들을 위로하고, 생명을 지키려는 노력이 반드시 승리하게 되길 빌어주었습니다. 현장에서 모여진 성금도 전달하였습니다. 사제단은 19일 있을 제8차 생명버스에도 참여하기로 하였고, 강원도골프장문제 해결을 바라는 기도문을 발표하기로 하였습니다.



원주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 강원도골프장개발의 문제점 설명


반경순 주민대책위원장의 증언


강원도청 앞, 골프장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노숙농성장


신부님들이 오셨다고 다과를 준비해주신 노숙장 주민들.


노숙주민 간담회


현장 기도


작지만 신부님들이 정성을 모아 성금을 전달하였습니다


강원도청 앞 노숙농성장 방문 후

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04 17:09

원주천과 섬강이 만나는 곳에 하우고개가 있습니다. 호저면 면소재지에서 무장리, 산현리, 매호리, 용곡리로 가려면 이 하우고개를 넘어가야 합니다. 지금은 고개도 많이 낮아지고, 주로 자동차로 다니기 때문에, 눈내린 겨울이 아니면 힘들 일이 없습니다. 그러나 옛날 이 하우고개를 넘어 오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하우고개라고 이름 붙여진 유래가 두개 있습니다. 고개가 얼마나 높은 지 짐을 지고 고개마루에 오르고나면 "휴우~"하고 한숨을 쉬게 된다하여 하우고개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하나는 옛날 우산동에 살던 이씨가 소를 잃어버려 찾아 다녔는데, 이 곳으로 소가 내려갔다고 하여 하우고개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런 인연 때문일까요? 하우고개 중턱에는 원주축산농협에서 운영하는 치악산한우 목장과 송아지 경매시장이 있습니다.


하우고개 무장리 쪽 길은 춘천으로 향하는 중앙고속도로가 가로질러 지나갑니다. 이곳이 또 무장리 주민들의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중앙고속도로가 만들어질 때, 주민들은 무장리에서 호저면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인 하우고개가 가로막히지 않을까하고 걱정하였다고 합니다. 하우고개가 막히면 먼 길을 돌아가게 되니 생계문제가 걸려있는 주민들이 화가 난 것입니다.  다행히 하우고개가 막히지 않았고, 중앙고속도로 밑으로 길을 뚫어서 고개도 낮아지게 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사연은 최근의 일인데, 치악전술훈련장이라는 사격장이 바로 이곳 산에 만들어질 뻔 했던 일입니다. 당시에 저도 이 산에 올라 동식물 생태조사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밖에서 볼 때와는 다르게 숲이 많이 우거져있었고, 멸종위기동물인 삵의 배설물이 발견되는 등 생태적으로 보전 가치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대형사격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어느날 갑자기 통보받은 것입니다. 깜짝 놀란 주민들은 시청으로 군부대로 달려가 반대 대모를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원주시의 일방적인 개발계획은 철회되고, 유치 신청을 받는 민주적 방법으로 대안을 찾게 되었습니다. 당시 몇 억을 마을에 준다는 등 소문들이 무성했으나, 주민들은 산의 생명을 지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지금도 하우고개와 중앙고속도로가 만나는 곳에는 일방적인 사격장 개발을 막아낸 것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조그맣게 세워져 있습니다. 


저는 늘봄학교 차량운행을 위해 매주 금요일 마다 이 하우고개를 네번씩 넘어다닙니다. 어르신들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슬쩍 '이런저런 개발로 시골에서 조용히 사는 것도 쉽지 않겠어요'하고 말을 건네 보았습니다. 그러자 어르신은 "사람 사는 곳이 매 한가지이지요." 하십니다. 단순한 말씀이지만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특별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주눅들 것도 없이, 웃고 울고 서로를 끌어 주며 서로를 지켜가는 것이 어디나 같은 사람의 삶입니다.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하우고개를 넘을 때마다 "하우~"하고 숨을 내쉬면서 '이제 다 올랐구나'하고 생각합니다. 삶의 하우고개들을 잘 넘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위로하는 숨이 필요합니다. 그 옛날 하느님께서도 세상만물과 사람을 만들어 놓고 숨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숨을 불어 넣어주시며 용기를 주셨습니다. 하우고개는 포기하고 절망하는 한숨고개가 아니라, 이만큼 이루어내었다고 격려하며 자신과 이웃을 일으켜세우는 세움고개입니다.



호저면 무장리 하우고개


하우고개 옆을 지나는 중앙고속도로 호저대교.


한 세움 숨을 내쉬고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면 이제 내리막 길입니다. 


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05.04 12:04

지난 번에 무장리 섬강변의 라일락길에 대해서 썼었는데요,

오늘 늘봄학교 차량운행 중에 할머님 한 분께서 라일락을 꺾어 저에게 주셨습니다.

"이거이 향기가 너무 좋아요."

소녀 같은 마음으로 라일락을 바라보며, 누군가에게 주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지난 주 늘봄학교가 끝나고 모셔다 드린 일이 떠오릅니다.

무거운 사료를 사셨기에 평소에는 큰 길 가에 내려드렸는데, 그 날은 콘크리트 논길을 따라 집 앞까지 들어가서 사료를 내려 드렸습니다. 

할머님들은 이렇게 무언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어떤 식으로든 보답을 하려 하십니다.

'커피 마시고 가라, 주스 마시고 가라.'고 하시는데, 오래 앉아 말 벗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것이 바로 소녀 같은 할머님께서 꺾어 주신 라일락입니다.

화병에 담아 사무실 테이블에 올려 두었는데 향기가 정말 진합니다.


 


대덕리에서는 세 분이 타시는데, 오늘따라 한 분만 나오셨습니다.

들어보니, 지난 번 날이 너무 더워서 못자리가 망가진 곳이 많다고 합니다.

추워서 새벽에 서리까지 내리더니, 갑자기 여름날씨를 방불케했으니 못자리 볍씨들이 쪄죽은 것입니다.

하루 한나절만 못자리 비닐 관리를 잘 못해도 누렇게 타들어 가니 농부들은 자리를 떠날 수 없습니다.

나이 70이 넘은 할머니들의 손도 귀한 농촌이다보니 못자리를 새로 하는 곳에 거들어주느라 못 나오신 것입니다.

"농사 기술이 발달했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허는 것이지..."

시기적으로 못자리를 다시해도 늦지 않다고 하니, 부디 하늘과 땅의 도움을 힘입어 풍년되시기를 빕니다.

요즘은 시골 농사 풍경중에 마늘밭이 가장 보기 좋은 때입니다.

새파랗게 쭉쭉 뻗어 올라온 마늘을 보자면, 땅 속에서 한겨울 추위를 이겨낸 마늘이 대견하게 느껴지거든요.

옥시기(옥수수)와 감자가 새순을 열심히 올리고 있습니다.


나눔의집 가까이에 사셔서 걸어 나오시는 할머님 두 분이 길에서 만났습니다.

"아이고 우리 성님이네... 인차 좀 괜찮으시오? 병원에 입원했을 때 한 번도 못 찾아가서 미안합니다."

"미안하긴 뭘... 같은 늙어가는 처지에 동상도 다니기 힘들지. 근데, 나눔의집 가는가?"

"예, 며느리가 하도 성화를 해서 벌써 네번째 나옵니다. 여그라도 와야 사람들을 만나지요..."

"그래 잘했네. 집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돼. 날 봐 이렇게라도 나오잖아."


유모차를 보행기로 활용하시는 할머님은 늘봄학교 열성 학생이신데 지난 해 목욕탕에서 넘어지셔서 한 동안 집 밖을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지팡이와 유모차에 의지해서 늘봄학교에 나오십니다. 흰 머리가 성성하신 두 할머님들이 길에서 만나셔서 서로 위로하고 인사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 허락 없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할머니, 몸이 아프다고 주눅들지 않고 꿋꿋하신 모습이 참 좋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