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1. 1. 10. 14:35

우리가 조촐한 저녁을 차려 함께 먹을 때 일어난 일입니다. 

11살 밤하늘이 말했습니다.

"꿈 속에 엄마가 나왔는데 얼굴이 잘 안보였어요. 선생님? 내가 엄마 얼굴을 잊어버릴까요?"
짐짓 아무렇지 않은체 "응? 엄마얼굴?.." 하고선 밥만 먹었습니다. 저는 이 대화에 끼어들 준비가 되 있지 않았습니다.
15살 강물이 말했습니다.
"너 엄마 얼굴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냐?"
밤하늘은 시간개념이 아직 없습니다. 발달이 늦어진것 중에 하나거든요. 하니 머리를 갸웃 거리다 "옛날에..잘 모르겠는데.." 합니다.
강물이 말합니다.
"우리 엄마 얼굴? 난 사진에서 봤어. 체~엣 우리엄마? 선생님, 우리 엄마 얘기 들었어요?" 저는 또 아무말도 안할까 하다 "응, 들었어. 너의 엄마에 대해 내가 너 보다 많은 걸 들었는지는 모르겠다"하자 강물은 머뭇!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습니다.
14살 온누리가 말했습니다.
"난 우리 엄마 얼굴 알아. 어디서 사는지도 알아. 치잇!"
온누리도 더 이상은 말을 잇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은 분위기에 쩔어 있는 저와는 다르게 계속 말합니다.
"엄마는 내가 1학년 일 때 평균 95점 이상 맞으면 날 보러 온다고 하고선 내가 열심히 해서 95점 이상 맞았는데도 안 왔어. 그리고 또 95점 이상 맞았는데도 안 왔어. 두 번 이나 안 왔어. 엄마가 보고 싶은데.. 이제 공부하기 싫어. ."합니다.

 
껍질이 없는 밤하늘.. 아직 껍질이 없어 투명한 막 속의 알맹이가, 속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스치면 베일 듯 얇은 막만 있습니다. 껴안아 품어 주고 싶은 그 여림을 어떻게...  합니까?

14살, 15살 온누리, 강물의 껍질은 이제 생겨나고 있습니다.
단단한 껍질을 만들지 않는다면 이 아이들이 어찌 견디겠습니까?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배신을요. 자책을요.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요. 
껍질로 쌉니다. 자꾸 껍질을 두텁게 만듭니다. 다치지 않으려고요. 약한 자신을 내보이지 않으려구요.
껍질이 없이 이 현실을 살 수 없습니다. 누구도 껍질 없이 이 사막을 견디지 못합니다.
저도 저의 껍질이 보입니다. 껍질을 만들어 저 자신을 보호했습니다. 
주님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사랑으로 알려주시니 감사합니다.
껍질을 만드는 중인 혹은 만들어진 껍질 속에 숨어 웅크리고 있는 아이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 품는 행동을 합니다. 품는 거 말고 뭐 달리 할 수 있는 게 있습니까?
태어나고 자란 환경이 어떠하던 인간에게 껍질은 생겨날 수밖에 없고, 생겨야만 하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품어주는 이가 있다면 껍질을 깨고 나오는데 힘이 되겠지요.
어느 때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 를 묻게 하고 스스로 껍질을 깨야 함을 알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주님
이 과정 안에 당신 사랑 아닌 것으로는 이룰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누에가 고치를 만들 듯 껍질이 생겨나는 것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이웃하여 살아가기..
가슴 저미듯한 평안을 지금 느낍니다.
내가 이 곳에서, 이 현재에서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던 두려움도 내려놓습니다. 나약한 저를 직면하고, 내어놓고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이 함께 하심을 압니다. 이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순종입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주심을..
우리가 서로 사랑함으로 치유됨을..
진정 고독해지면서 자유로워 질 수 있음을..
진정 홀로 설 수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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