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 3. 12. 12:42

시장바닥 같은 마음 비우기

 

“유다인들의 과월절이 가까워지자 예수께서는 예루살렘에 올라가셨다. 그리고 성전 뜰에서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파는 장사꾼들과 환금상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밧줄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를 모두 쫓아내시고 환금상들의 돈을 쏟아버리며 그 상을 둘러엎으셨다. 그리고 비둘기 장수들에게 ‘이것들을 거두어가라. 다시는 내 아버지의 집을 장사하는 집으로 만들지 마라.’ 하고 꾸짖으셨다.” (요한 2:13-22)
 

 

‘성전정화’라는 장면으로 잘 알려진, 성서 속에서 예수께서 직접적으로 물리적 폭력을 사용하는 단 한 장면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은 비폭력주의자이다’라는 말에 동의할 것입니다. 그런데 성서 속에는 버젓이 이렇게 폭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위 성서구절을 보면 심지어 무기(채찍)를 직접 제작하였다는 점이 더 충격을 줍니다. 물론, 밧줄로 만든 채찍이 무슨 대단한 무기라고 호들갑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만, 무기의 화력이나 폭력의 강도가 문제가 아닙니다. 과연 이 분이 ‘오른뺨을 맞으면, 왼 뺨도 돌려대라.’고 가르치셨던 그 예수님과 동일한 분인가 의심케 만든다는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폭력을 사용한 장면은 성전정화 때가 유일하지만, 예수님은 평소에도 상대가 모욕감을 느낄 수도 있는 언어를 자주 사용하였습니다. 당시 종교지도자인 바리사이파나 율법학자들을 ‘위선자, 뱀 같은 자, 독사의 족속’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고, 유대인의 최고 권력자를 ‘여우’라고 지칭하는가하면, 딸의 마귀를 쫓아 내 달라고 부탁하는 한 이방여인에게 ‘자녀들에게 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거절하기까지 합니다.(강아지는 번역 과정에 순화된 말이다) 그 뿐이 아닙니다. 예수님을 찾아 온 어머니와 형제들을 얼굴도 보지 않고 돌려보내는가하면, 제자들 중 가장 충성스러운 베드로를 향해서 ‘사탄아 물러가라’고 꾸짖으시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평소에 언어폭력을 일상적으로 사용하시더니, 급기야 성전에서는 무기를 자체 제작하셔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지경에 이르셨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마도 제 글의 의도를 아실 것입니다. ‘예수님은 폭력주의자’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진리를 드러내시기 위해서 다소 충격적인 방식을 선택하십니다. 그것은 그저 평화롭고, 조용하고, 잘 정돈되고, 기존질서에 순응하고, 아주 천천히 이루어지는 변화와는 거리가 먼 방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무언가 시급하게 변화시켜야 할 ‘긴장감’을 갖도록 요구하십니다.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처음 하신 말씀이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을 신학용어로는 ‘종말론적 시급성’이라고 일컫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시급하게 변화를 필요로 하는 부분은 어디일까요? 개인적인 윤리와 양심? 사회적인 진보와 혁명?

 

가장 극단적이고 쇼킹한 성전정화의 사건에 주목해 봅니다. ‘성전’은 하느님과 직접 대면하는 곳이며, 모든 이해관계와 타산을 뛰어 넘는 거룩한 장소입니다. 내 신념이나 주의주장을 내려놓고 하늘의 뜻을 경청하는 곳입니다. 성전이 ‘시장바닥’이 되었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종교/정치/경제 권력이 서로 결탁하여, 착취하고 억압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하느님을 향한 나의 정성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로지 사제와 결탁한 사람들의 이익을 채워주어야만 제사를 드리고 죄사함을 받을 수 있게 되니까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이용하여 불의한 착취구조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시고 분노하셨고, 성전정화에 직접 행동을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를 위한 사회적 실천입니다. 예수님은 그 때부터 불순세력으로 낙인 찍히셨습니다.

 

사도 바울로는 우리 몸이 ‘하느님께서 머무는 성전’이라고 하였습니다. 말하자면, 하느님 나라를 위한 개인적 실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의 집, 성전은 기도하는 곳’입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곳입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내 몸은 시장바닥에서 이리저리 치이며, 지치고 피곤합니다. 광고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잘생기고, 멋지고, 비싸게 치장하면 당신도 성공할 수 있다는 선전입니다. 이곳에서 나를 잃지 않으며 조용히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해서 시장바닥에 머물지 않도록 마음을 비우고 하늘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웃에게 얼굴을 향합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