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2. 4. 10. 11:14

산수유가 활짝 피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늘봄학교에 오시려고 기다리시는 어머님들을 모시러 봉고차를 몰고 다닙니다. 산현리, 무장리, 대덕리, 고산리, 막골... 등에서 40여분의 어르신들이 늘봄학교에 오십니다. 요즘 길가에 가로수로 심어 놓은 산수유가 노란색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봄이 왔습니다. 봉고차 안 어르신들의 이야기 속에도 꽃 이야기가 묻어납니다. 당신이 산수유 꽃 필적에 시집 왔다는 이야기, 어릴 적에 지천으로 핀 진달래 따던 이야기, 먹을 수 있는 꽃으로 만드는 음식이야기, 지지난해 날이 엄청 추워서 매화가 다 얼어 죽었다는 이야기... 등등 십분여의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사연이 그리 많으신지 서로 먼저 이야기를 나누십니다. 덕분에 저는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즐겁습니다.


 

 

나눔의집이 호저면 소재지 가까이에 있다보니, 어르신들께서는 늘봄학교에 나온 김에 농협일도 보시고, 면사무소에도 들리고, 시장도 보십니다. 몸도 불편하고, 버스 차 시간 맞추어 나오려면 그것도 일인데, 늘봄학교에도 나오고 식사도 대접받고, 나온 김에 아울러 일도 보시려는 것입니다. 면소재지가 가깝다고는 하나 어르신들의 걸음으로는 무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실무자들이 눈치를 채고, 어르신들의 편이를 위해, 점식 식사 후 쉬는 시간에 농협에 차량운행을 한 번 더 나갑니다. 설거지가 적지 않을텐데도 일보다 사람을 먼저 돌아보는 마음 씀씀이가 예쁩니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개사료, 닭사료를 많이 사십니다. 봄이라 운동량이 많아진 가축들을 잘 먹이시려는 것입니다. 덕분에 차량운행하는 중간중간 집집마다 사료배달도 합니다. 어머님들이 고마워하시며 커피한잔 하고 가라는 걸 바쁘다며 사양하고 돌아나올 때 뭔가 으쓱합니다. 시골교회 사제의 삶의 맛이 이런 것 아니겠나 하는 감상이지요.

 

호저면 곳곳에 이야기가 흐르고 머무는 곳들이 있습니다. 가까이는 호저장로교회 새벽종 소리, 거대하고 아름다운 호저초등학교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무, 아직도 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 막골, 동학 2대교주 해월 최시형 피체지, 메밀묵이 맛있다고 소문난 허름한 막국수집, 농촌 다문화가정의 장점을 살려 춤으로 승화시킨 호저춤, 맑은 계곡 물이 흐르는 칠봉유원지와 어느 왕자의 태를 묻었다는 태실, 고려시대의 삼층석탑을 만나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다 사라지기 전에 이야기 지도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사로운 이야기이든 역사적 이야기이든 지금 우리 마을을 흐르고 머물고 있는 이야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고 기록해 두는 이야기 지도입니다. 어떤가요? 우선 소식지에 이야기들을 실어 보려합니다. 혹시 호저마을에 내려오는 이야기가 머물고 있는 장소와 기억을 나누고 싶으신 분은 연락주세요. 지금 호저면에는 산수유 노란꽃이 만발했습니다.


산수유가 활짝 피었습니다.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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