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1. 11. 14. 11:02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본문 : 마태오 11:15-17

날짜 : 2011년 11월 12일(토)

장소 : 강원도(홍천 구정리, 강릉 구만리 등)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하여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강원도청 밖에서 초겨울 추위에 노숙농성하고 있는 농성장에서 열린 기도회 중.

 

<며칠전 이 곳에서 죄 없는 주민들이 경찰서 유치장으로 끌려갔다.>


제가 지난해 초 원주에 오고나서 처음 지역모임에 나간 것이 여산골프장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 회의에 참여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지 벌써 2년 가까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시장도 바뀌고 도지사도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골프장 정말 문제다, 내가 시장이되면, 내가 도지사가 되면 골프장 문제 해결하겠다고 정당을 초월하여 너도나도 말하였습니다. 골프장 문제는 이미 모든 정책집단 정치집단이 모두 공감하는 바로잡아야 할 정책이었습니다. 시민들은 그 중에서도 골프장 해결의지가 가장 확고하다는 후보를 시장도 만들고, 도지사도 만들었습니다. 야, 이제는 정말 강원도의 미래를 생각하며, 생명과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주는 그런 지역, 강원도가 되겠구나 믿었습니다. 이제 지긋지긋한 불법과 탈법, 무시와 소송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것이 시장이 되고 도지사가 되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전의 시장 도지사의 모습으로 돌변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불법과 탈법이 있음에도 이를 막아내려하기 보다는 시간끌기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주민들을 속이고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여기 강원도청의 최문순 도지사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람들이 이름도 잘 알려져있지 않은 최문순 후보가 도지사가 될 수 있겠냐고 말할 때, 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명과 생태자원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고, 그런 사람이 강원도를 이끌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인기와 선심성 공약으로 얼마나 많이 속아왔느냐고, 그런 거짓된 사람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진정으로 믿는 사람이 돼야 강원도가 발전한다고 하였습니다. 정말 기적적으로 시민들은 “돈과 자본”보다 “사람과 생명의 가치”를 선택했습니다. 주민들의 환호속에 최문순 도지사가 탄생했습니다. 도청에 처음 출근하는 날 최문순 도지사님은 도청 앞에서 추위에 떨며 단식농성을 하던 텐트에 찾아와 주민들을 직접 만나 주었고, 주민들의 눈물을 씻어주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어찌하여 지금은 도지사님은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겨우 만날 수 있는 상전이 되어 계십니까? 우리 손과 발, 우리의 마음으로 추대한 도지사님을 만나려고 하니 경찰을 시켜 가로막고 외면하고 내치십니까? 심지어 평생 농사만 지으며 하늘과 땅을 믿으며 거짓없이 욕심없이 살아온 사람들을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게 만드십니까?

<깨진 징소리로 깨어지고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 기도회를 시작하다.> 

최문순 도지사님은 도청에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러 가셨습니까? 주민들의 의사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우는 개발지상주의자들을 만나러 가셨습니까? 세련된 행정과 시스템의 톱니바퀴가 되기 위해서 도청에 가셨습니까? 맛좋은 음식과 술과 음악에 취해 살기위해 가셨습니까? 왕처럼 으스대며 사람들의 복종과 떠받드는 아첨을 들으려 가셨습니까? 아니지요. 가난하고 힘없는 농투사니들,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하소연하는 사람들, 진정으로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서민들을 일으켜 세워주고 생명의 가치를 강원도의 가치로 만들기 위해 도청에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결하고 순백의 청순함으로 회칠한 도청 건물 안에는 서민이 없습니다. 그 곳 안에는 생명들의 주검으로 썩은내가 진동할 뿐입니다. 진실과 정의와 생명은 회칠한 무덤 같은 그 건물 밖에 있습니다. 누추하고, 이가 딱딱 부딛칠 정도로 추운 이곳, 더럽고 궁핍하고 불결해보이는 이곳, 비닐로 대충 새벽찬서리만 가린 누더기 같은 도청 밖. 텐트 속에 당신이 만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강원도의 미래가 여기 있습니다. 이곳으로 오셔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회칠한 무덤 같은 강원도청. 그 밖 누더기 같은 비닐천막이 하늘이다.>
 

이제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은 젊은 사제의 눈에도 보이는 이 명백한 진실을 왜 보지 못합니까? 6년이 넘도록 강원도에 더 이상 골프장이 들어서면 안된다고, 생명의 가치와 땅의 가치와 밥의 가치를 외치고 있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왜 외면하십니까? 왜 평생 땅 밖에 모르는 순박한 사람들의 눈빛을 투사의 눈빛으로 만들고, 악에 바쳐 소리치고 울게 만드십니까? 당선되어 도청 밖 천막을 방문하신 지 불과 6개월만에 당신은 들을 귀를 잃으셨습니까?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길 수 있으랴? 마치 장터에서 아이들이 편 갈라 앉아 서로 소리지르며 '우리가 피리를 불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았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가슴을 치지 않았다.' 하며 노는 것과 같구나.”

 

곡을 하고 가슴을 치며 우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까? 그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마을을 지키기 위해서, 물을 지키기 위해서, 땅을 지키기 위해서, 풀들과 나무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들을 위해서 정의를 요구하는 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십니까? 여기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을 사는 사람들의 지혜를 귀 기울여 들으십시오. 그들이 노래하면 춤을 추시고, 그들이 곡을 하면 가슴을 치십시오. 그것이 목민관의 참다운 모습입니다. 진실에 눈을 뜨십시오. 참 하늘을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십시오. 하늘을 가리는 먹구름, 진실을 가리운 쇠뚜껑을 뜯어내고, 먹구름 너머, 쇠뚜껑 너머 참 생명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참 하늘을 보십시오. 주민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원주, 강릉, 홍천, 춘천 그리고 강원도청의 시장, 군수, 도지사님들과 그들의 눈을 가리우고 진실을 외면하는 공무원님들, 겉으로만 환경청과 죄 없는 사람 잡아가는 경찰들에게 신동엽시인의 시를 바칩니다.

<순백의 도청 안에는 하늘을 볼 수 없습니다. 나오십시오. 깨어 버리십시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시인]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憐憫[연민]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 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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