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1. 11. 26. 22:11

사소한 언쟁이 있었어요

밤하늘이 아침에게 방귀를 뀔 땐 방에서 나가거나 구석에서 뀌어달라는 요구를 좀 이상하게 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이지요. 저도 중재를 어중띠게 했지요. 정리 국면을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도리어 펼쳤으니까요

결국 한 명이 '같이 살고 싶지 않다! 딴 곳으로 가겠다!'하며 벌떡 일어나 짐을 싸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졌지요. 제가 아주 냉정하게 "그동안의 우리 정을 그토록 가볍게 여기는 너의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 그래, 가라. 월요일에 처리를 할테니 짐은 월요일에 싸라. 미리부터 부산스러운거 싫다' 하고 말했어요.

하지만 아침은 짐을 계속 쌌어요.
제가 차분히 "그럼, 지금 당장 가겠다는 거니? 그럼 아빠에게 전화를 해서 데리러 오시라고 말하마. 오늘밤 너의 집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옮겨 가면 되겠구나. 아빠에게 전화하마" 하고 일어섰어요.

아침이 갑자기 외쳤어요. "싫어요. 전화하지 마세요. 난 여기서 살고 싶다고요. 그런데 너무 화가 나서 참을수가 없다구요!!" 

저도 소리치기 시작했어요. "그럼 짐을 왜 자꾸 싸는거야!! 모두들 화내고도 여기서 잘 살아! 그까짓 시시한 일로 싸울수도 있지! 화낼수도 있지! 화내면 되지! 삐져도 되지! 나가겠다는 말은 왜 해?!! 그렇게 사람에게 상처주는 얘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왜 해?

아침이 주저앉아 울었어요.
"다들 같이 저를 공격하잖아요. 나를 무시하고.."
"그럼 같이 너를 공격하고 무시하는 것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 너무 싫고 화나서 여기를 떠나는 것이 중요해? 어떤걸 하고 싶은건데?" 하니까 아침이 "해결하는거요...." 그랬어요

그래서 제가 아침 손을 잡고 울었어요.
"그럼 왜 그렇게 말하는 거야? 두가지는 전혀 다른 얘기잖아. 해결하는 것과 떠나는 것은 너무나 달라. 난 너와 살려고 많은 노력을 했어. 학교상담도 계속하고 병원검사도 하고 입원도 시키고 전학도 하고..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 하기 위해 많은 일을 계획세우며 기뻐하고 있었어. 니가 좋은 직장 얻어 잘 살 수 있을때까지 너랑 같이 있으려고. 근데 넌 갑자기 떠나버릴수도 있구나. 아무렇지도 않게 우릴 두고 떠날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이 차가워졌어. 정말로 넌 그렇게 떠날 마음이었어?"

아침이 말했어요. "아니요. 안그랬어요"
제가 "그럼 잘못 말 한 거구나" 했더니 "네"
"그럼 그렇게 말해. 나한테 사과도 해줘" 하고 덥석 안으니까

아침이 "제가 말을 잘못했어요. 죄종해요"했어요.
제가 "다시는 그렇게 말하지마.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마"
아침이 "네"하고  우린 꼭 끌어안은체 한참을 엉엉 소리내어 서럽게 울었어요.
속이 시원하게 울었어요

사실 우리 아이들은 좀 많이 울어야해요. 슬퍼도 하고 감동도 해야해요. 

누구에게나 감정주머니가 한개씩 있대요.
어떤 감정이 생기면 거기에 넣어뒀다가 적당한 시기에 꺼내 놓는데요. 물론 저처럼 생기자마자 바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지요^^ 사람들이 주머니가 필요해진것은 신중해져서 그래요. 지금할지 나중할지... 잘 결정할려구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 슬픔, 아픔, 기쁨, 감동.. 이런 감정들을 주머니에 자꾸 넣기만 하고 꺼낼 수 없게 되었데요. 어쩌면 그러면 안되는 조건이었을 수도 있어요.  꺼내면 혼나거나, 꺼내면 수치를 당하거나, 꺼내면 누군가 상처받을까봐...

그러구서는 이제 주머니가 다 차서 감정이 안들어가요. 꺼내지도 않고 넣을수도 없고..돌처럼 무덤덤..
오로지 폭력적으로 화내는 것만 할 수 있을수도 있어요. 때리고, 부쉬고, 욕하고만...

저는 아이들이 주머니속에 가득 채워진 감정을 꺼내도록, 어느때는 조금 몰고가요
그럴때 얼마나 아플때도 있어요.
그럴때 엉엉 울때도 있어요
그럴때 마구 웃을 것은 별로 없었어요. 지금까지는요.

그래서 저는 어떨때 마음이 아픈데 곧 괜잖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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