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1.01.20 17:46

수은주가 영하 20도를 가리키는 매서운 날씨에 ‘배고픈 지헌씨’와 난 부산에 갔다. 96년 만에 추위라고, 고작 영하 12도에 호들갑인 부산 땅에 사뭇 무언가를 살피는 듯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목적지를 향해 부지런히 갔다. 부산실업극복지원센터가 있는 곳은 서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어중간한 도심 언저리. 건너편엔 가파른 언덕배기, 재개발로 새로 지은 단독주택들이 이리저리 들어서있고, 그 옆에는 고층 아파트와 빌딩들이 나란히 서 있다. 센터 옆으로는 거의 다 셔터 문을 내리고 몇 안 되는 가게만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재래시장이 있는 곳. 아침도 못 먹고 세 시간 40분 시외버스를 타고 한 40분 도시철도를 타고 도착하니까 1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마침 최영 사무국장이 담배 피우러 건물 밖에 나와 있다가 우리 일행을 맞아주었다. 사실 올 때부터 갑자기 강추위가 몰아닥친 부산이라는 도시에 새삼스레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방문하는 것이 실례가 되지는 않나 소심하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었고 안면은 있으나 친분은 없는 부산실복 식구들에게 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번 걸음을 망설였다. 한 이틀 이리저리 생각해보다가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이때 아니면 언제 가보냐 하고 저지른 거였다. 그리고 멀리 큰 맘 먹고 온 김에 하룻밤 자고 갈 생각이었다.

 

식당을 찾아 헤매다 전국각지 어디에나 있는 김밥천국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센터에 올라가는데 계단 모서리에 자리 잡은 환한 벽돌색깔의 쌀독이 눈에 띄었다. <나눔쌀독> - 가져가는 사람이 맘 편히 가져갈 수 있도록 1층과 2층 사이에 배려한 마음씀씀이가 따뜻했다. 사무실에 들어서니 밖의 날씨와 별반 다르지 않게 공기가 썰렁했다. 딸랑 하나 있는 난로는 교육장에 있단다. 하지만 영하 20도에 단련된 우리는 시원한데!를 연발하며 별로 안 춥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영 사무국장 설명에 따라 상담실과 교육장, 북까페(일명 시베리아)를 둘러보았다. 벽에 붙어있는 각종 포스터가 그동안 활동해온 센터의 역사를 말해주듯 벽을 장식하고 있고, 교육장에서는 ‘활똥가일기’와 ‘주간고용동향’을 메일로 열심히 보내주고 있는 최문정 고용복지팀장이 자활참여자 교육(자활로 가는 징검다리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두 시간씩 최영 사무국장과 교대로 교육을 담당한다는데 일 년 교육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3, 4백만 원이라고 했다. 우리는 버스 타고 오면서 머릿속에 정렬해놨던 질문들을 쏟아냈고 질문과 대답이 계속되다보니 어느새 두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사무국장과 교육을 교대하고 최문정씨가 이어서 바톤 터치 - 이젠 질문할 거 별로 없다는데도 최문정씨는 뭔가 계속해서 알려주려고 노력하였다. 신입활동가 교육 때는 강사로 앞에 나와서 강의하는 걸 보고 참 열정적인 활동가구나 싶었는데 가까이 얼굴 맞대고 앉아 있자니 앳된 얼굴의 한참 아래 동생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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