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성공회원주나눔의집 2011. 1. 27. 13:13

사회복지시설의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사유화에 있습니다.
사유화가 문제인 이유는 공공복지시설을 개인의 치부를 위한 사업장으로 변질 시키기 때문일 것입니다.

에바다학교 문제도 그랬습니다.
에바다학교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해 있는 농아인학교입니다.
특수학교의 특성상 기숙사가 있었는데, 기숙사에 살고 있는 농아학생들이 학교를 상대로 데모를 한 것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니, 학교 이사장과 식구들이 학교를 좌지우지 하는데, 기숙사 천정이 내려앉고, 화장실이 망가져있는데도 방치되어 있고, 미군들이 학교봉사차 찾아와서는 성희롱을 하는 등 관리가 되지 않고 있었고, 학생들이 없어지거나 변사체로 발견되는 일도 발생했고, 이미 사망한 아이를 살아있는 것으로 해서 지원금을 받아내는 등 당시 티비에도 방영되고 유명했었습니다.

당시 신학생(장로교)이던 저는 군제대하고 PC통신 재미에 푹 빠져있던 시기입니다. 장애인선교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천리안 수화사랑동아리에 가입했고, 몇번 정모와 번개도 나가고 그랬더랬죠. 그러다 에바다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되고, 관심있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해아래집을 방문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분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나... 컴퓨터도 기증받고, PC통신도 가르쳐주고 그랬는데... 아무튼, 해아래집은 농성에 참가했던 학생들이 학교 기숙사에서 쫓겨나자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던 일부 선생님(권오일 선생님은 지금 정상화된 에바다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신 것 같군요.)들이 학교 근처 냇가에 집을 마련하여 함께 살던 집입니다.

참 길었던 투쟁이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국민과의 대화를 한다고 티비생중계할 때도 한 장애인과 봉사자가 에바다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말했었습니다. 아마 노무현 대통령 때에도 해결되지 않아서 농아학생이 편지쓰고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대통령도 어쩌지 못하는 게 비리재단의 문제라는 데에 놀라웠었죠. 저야 간간히 개인으로 참가하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지만, 대학교 별로 하나씩은 있었던 수화동아리들이 참 고생 많이 했었습니다. 평택시청 앞에서 천막농성 한 기간만해도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역에 뿌리깊은 비리인사들과 관과의 유착을 끝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지난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분들은 또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들 계신지... 지금은 정상화 되었지만, 여전히 구재단측에서는 복귀를 위해서 틈을 노리고 있다는 후문도 있더군요.

경건한(?) 신학교 내에서 투쟁하는 현장에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것도 참 어려웠던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으로 찾아가야 해서 조금 외로웠었죠. 하지만, 에바다투쟁은 저를 많이 변화시켜습니다. 장애인의 문제는 시혜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구원의 문제는 개인적인 부분 뿐 아니라 사회적인 부분에서의 구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근본주의 보수적인 신앙을 일신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준 기억들입니다.

나눔의집을 사회선교기관이라고 부르는데요. "사회선교"는 "개인전도, 개인구원"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전도가 한 개인의 영적인 변화를 위한 전교행위라면, 사회선교는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한 예언자적 행동인 것입니다. 즉, 사회선교란 이 사회를 "하느님 나라"로 변화시켜 가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라는 의미를 "기독교 국가"라는 의미와 헛갈리면 안됩니다. 하느님 나라란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 이루어지는 나라이지, 어느 특정 종교가 지배하는 나라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교회는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을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의 선교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즉,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란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자연과 사람과 하늘이 화해하고 평화를 이루며, 생명의 가치를 존엄하게 지키는 것이란 의미입니다.

에바다 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사회선교"의 장이었습니다. 불의와 폭력이 난무하는 곳을 평화와 정의와 생명이 숨쉬는 곳으로 바꾸어내는 것이 선교입니다. 나눔의집도 원주지역에서 사회선교의 선교적 과제를 고민하고 운동하는 곳이니 사회선교기관이라고 이름하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보다도 사회'선교'라는 개념은 더 운동성을 가진 개념입니다. 기독교의 예언자 전통에 기반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어떻게 하느님을 예배드려야 하는지 묻습니다.

"높이 계시는 하느님 야훼께 예배를 드리려면, 무엇을 가지고 나가면 됩니까? 번제를 가지고 나가야 합니까? 송아지를 가지고 나가야 합니까? 수양 몇 천 마리 바치면 야훼께서 기뻐하시겠읍니까? 거역하기만 하던 죄를 벗으려면, 맏아들이라도 바쳐야 합니까? 이 죽을 죄를 벗으려면, 이 몸에서 난 자식이라도 바쳐야 합니까?"

예언자 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사람아, 야훼께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무엇을 원하시는지 들어서 알지 않느냐? 정의를 실천하는 일, 한결같은 사랑을 즐겨 행하는 일, 조심스레 하느님과 함께 살아 가는 일, 그 일밖에 무엇이 더 있겠느냐? 그의 이름을 어려워하는 자에게 앞길이 열린다."

우리의 예배는 민중의 현장에 참여하는 것, 사회를 평화롭고 정의롭게 만드는 것, 세상권력자들의 말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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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단 내지르고 보는 은자씨 2011.01.30 22:36  Addr  Edit/Del  Reply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말씀 감사합니다. 사회선교, 하느님의 선하신 뜻, 하느님이 원하시는 예배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2. 권오일 2011.01.31 10:51  Addr  Edit/Del  Reply

    안녕하십니까? 에바다학교 권오일입니다.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신부님이신가요? 우리 에바다가 이렇게 정상화될 수 있었던 기적은 국신부님 같은 분들이 함께 하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바다투쟁에 함께 해 주셨듯이 이제 전국에서 가장 투명하고 민주적인 학교로 거듭난 에바다학교를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함께 해 주시고 꼭 감시와 견제를 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어려움과 고통을 겪으며 해결했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잘 할 것이다."라고 하시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우리들에게만 맡기고 감시와 견제를 하지 않으면 10년, 20년 뒤에는 저도 비리의 주범이 되어 퇴진의 대상이 되어 있지 않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어느 개인의 양심과 의지에만 맡겨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투쟁했던 정립회관 사태가 바로 그 증거일 겁니다. 정립회관은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하여 정상화 하였고, 관장과 사무국장을 투쟁의 주체들이 추천하여 선임했던 것인데 10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 비리의 주범이 되어 퇴진의 대상이 된 사건입니다.
    꼭 우리 에바다에 대한 사랑을 끊지 마시고, 감시와 견제의 역할도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되시면 우리 에바다학교에 꼭 방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티백녹차는 진짜 맛있게 잘 탑니다.ㅎㅎ

    국신부님의 글을 우리 에바다학교 게시판으로 옮겨가려고 합니다. 괜찮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에바다학교 권오일 올림

  3. 무미건조 국신부 2011.01.31 11:38  Addr  Edit/Del  Reply

    권오일 선생님께서 직접 블로그에 글을 남겨주실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너무 반갑고, 고맙습니다.
    당시 대전신학대학 손짓사랑회 회장입니다. 지금은 성공회 신부가 되어 강원도 원주에서 사목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에바다학교에 대한 사랑을 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감시와 견제는 제 몫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다만, 에바다학교 기념일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제 수첩에 기록하고 그 날에 에바다학교를 위해서 매해 기도하겠습니다.
    김형수, 좌동엽 씨... 등등 다들 궁금하네요.
    해아래집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건가요?
    마을 버스에서 내려서 해아래집까지 걸어가던 시골길이 눈에 선합니다.
    못하는 수화였지만, 그래도 농아인하고 비슷하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하하~

    저도 오늘 하루하루 열심히 살도록 하겠습니다. 찾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설명절 잘 보내시고, 학교와 선생님들, 그리고 해아래집 식구들, 농아원 식구들 모두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평화~

  4. 까칠민정 2011.02.01 12:14  Addr  Edit/Del  Reply

    "이 사람아, 야훼께서 무엇을 좋아하시는지, 무엇을 원하시는지 들어서 알지 않느냐? 정의를 실천하는 일, 한결같은 사랑을 즐겨 행하는 일, 조심스레 하느님과 함께 살아 가는 일, 그 일밖에 무엇이 더 있겠느냐?"라는 말씀은 서울교구 나눔의집 5주년 기념 비디오에서 보고 마음 속에 간직했던 말이예요. 가슴이 뭉클해지고 따뜻해지는 그 말. 우리 나눔의집도 그 일에 함께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겠죠?